리뷰/월간 아이돌

2021년 10월 : 에스파(AESPA) - SAVAGE

HAAA 2021. 10. 21. 17:18

🤟 에스파(AESPA) - SAVAGE 🤟

 

 

'메타버스 걸그룹' aespa
독보적 세계관 스토리 이어간다

 

 

 

‘메타버스 걸그룹’ aespa가 미니앨범 ‘Savage’를 발표했다. 타이틀 곡 ‘Savage’는 강렬한 어택감의 드럼,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트랩 장르의 곡으로, 개성 있는 랩과 파워풀한 애드리브는 물론 중독성 있는 훅과 추임새가 돋보인다. 이번 타이틀 곡 역시 aespa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aespa와 아바타 ‘ae’가 조력자 ’naevis’의 도움으로 광야(KWANGYA)로 나아가 ‘Black Mamba’와 맞서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담아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번 ‘Savage’ 또한 데뷔곡부터 그룹의 프로듀싱을 전담하여 음악의 방향성을 설정해 주는 '유영진'의 작품이다. 에스파는 현재 SM 걸그룹 들 중 SMP의 색깔이 가장 짙은 걸그룹이며, 그것을 더욱 흥미롭고 짙게 만들어 주는 프로듀서가 '유영진'이라고 생각한다. 

 

 

 에스파의 곡들은 다른 SM 걸그룹들 노래와는 다르게 이지 리스닝에서 많이 벗어난 곡들이다. 예상 불가능한 사운드와 어려운 세계관의 가사 덕분에 들을 때에는 재미있지만, 취향이 아니라면 듣기 난감한 곡들이다. 곡이 진행되는 방향과 가사, 둘 다 마찬가지다. 'Black Mamba'와 'Next level'부터 이어져 왔었던 특징이다. 다른 걸그룹들이 흔하게 부르는 사랑 노래나 '우리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같은 가사를 쓰지 않는 것이 제일 큰 특징이다. 에스파의 세계관 메타버스 이야기를 담은 세계관이 그들의 핵심 가사 키워드다. 곡의 진행되는 방향 또한 SM 걸그룹 '소녀시대'의 'I Got a boy'보다 난감하다. 변화무쌍한 전개가 왔다갔다한다. 묵직한 트랩 힙합 비트의 벌스 구간은 저음 파트, SMP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훅이 되는 싸비 부분, 보컬과 랩을 더한 후렴구, 댄스 브레이크 파트로 나뉘어진다. 현재 가요계는 짧은 곡들로 활동을 하는 것이 트랜드인데, 에스파는 곡의 러닝타임이 4분정도로 꽤 긴 편에 속하며 휙휙 바뀌는 노래 장르 덕분에 노래가 1.5배는 더 길게 느껴진다. 그 사이에서 귀에 확 들어오는 구간을 꼽자고 하면 'Gimme Gimme Now, 김이김이나' 부분 외에는 찾을 수 없다. 'Next level' 이후 부담을 느낀 것인지 과한 시도 덕에 따라 부르기 쉬운 부분은 없다. 

 

 

'Black Mamba'와 'Next level'부터 차근차근 키워 온 팬덤의 규모 덕분에 ‘Savage’는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미니앨범 타이틀 곡 ‘Savage’는 공개 이후 발매 5시간만인 23시에 멜론 TOP100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멜론 TOP100 차트 개편 후 발매된 걸그룹 곡들 중에서는 최초로 1위를 한 것이다. 타이틀곡이 멜론 일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21년 다른 두 곡으로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한 유일한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 또한,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일본,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 러시아, 덴마크, 베트남, 필리핀, 인도, 페루, 말레이시아, 오만, 인도네시아, 대만, 카자흐스탄, 라오스, 몽골 등 전 세계 17개 지역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첫 실물 앨범 판매량도 선주문량 40만을 돌파하며, 초동 10만장을 돌파한 9번째 걸그룹이 되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 만에 조회 수 5,000만 뷰를 돌파한데 이어 13일 현재 약 8,5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외신들 역시 '에스파가 'Savage'로 K팝의 새 경계를 넓혔다'라는 호평을 쏟아내는 중이다. 이제는 '곡이 난해하다', '세계관 스토리가 어렵다'라는 이유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을 수는 없게 되었다. 에스파의 음악 자체는 이해하기 힘들고, 듣기 어려운 곡이라는 걸 확실히 인정하지만,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aespa의 콘셉트가 마치 보이그룹처럼 다뤄진다는 의견을 다시 반영하듯이 이번 앨범 커버 디자인부터 멤버 단체, 개인 사진이 마치 과거 H.O.T.를 연상케 하는 90년대 말에 유행한 세기말 디자인으로 공개 되었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90년대 말에서 00년대 초의 SM이 했던 강렬한 SMP의 느낌으로 잡은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공개된 'Savage'는 굉장히 하드한 SMP 곡이다. 그동안 SM의 걸그룹은 SMP를 하더라도 어느정도 대중성을 살린 곡을 냈지만, 'Savage'는 SM의 초기 보이그룹처럼 굉장히 하드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에스파는 뮤직비디오나 음악 방송, 각종 자체 콘텐츠 등을 통해 가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세계관을 녹여내며 흥미와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데뷔 초 다소 난해하고 실험적인 콘셉트를 향해 전해졌던 우려의 시선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한 세계관은 하이틴 콘셉트에 집중하고 있는 그룹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이다. 미래지향적 세계관에 더해진 SMP 분위기의 곡들은 에스파가 추구하는 독보적인 세계관에 힘을 실었고, 명확한 세계관이 관건으로 여겨지는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에스파가 여러 활동을 거듭하는 사이 메타버스는 보다 대중적인 것으로 영향력을 넓혔다. 이번에 '메타버스 걸그룹'이라는 수식을 앞세운 것도 현실 멤버들이 이미 잘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영역을 확립할 정도의 힘을 구축했다는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메타버스에서 활약하는 또 다른 버추얼 휴먼 로지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CF 섭외 1순위가 됐다. 그래서 에스파도 이번에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듯하다. 각종 SNS 계정을 통해 현실 세계 멤버들과 아바타 아이(ae)의 의식이 동기화된 상태를 표현한 '싱크 다이브(SYNK DIVE)' 티저 이미지까지 공개했다. 'Next level'로 안정적인 입지를 굳힌 에스파의 본격적인 SMCU(SM Culture Universe)의 시작인 셈이다. 에스파가 지금까지 메타버스와 관련해 보여준 것이라곤 각 멤버의 아바타 형체와 세계관 일부 소개에 불과하다. 정립을 정돈했으니 이젠 제대로 보여줄 때인 것이다. 그간 뮤직비디오에서도 현실 멤버들 옆에 서서 부수적 역할만 하던 아이(ae)를 아예 앞으로 끄집어낼 심산이다.  현실 멤버들이 운전대를 잡고, 아이(ae)가 네비게이션이 되어 광야로의 질주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지난 5월 발매한 싱글 'Next Level'의 인기 역시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신곡까지 뜨거운 기세 몰이에 성공하며 에스파는 '쌍끌이 흥행'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11월 데뷔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4세대 대표 아이돌을 넘어 K팝 트렌드를 이끄는 '대세 그룹' 반열에 안착했으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이후에 대중들이 이렇게 걸그룹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SM 아트 디렉터 민희진이 타회사로 이직을 한 뒤, 민희진의 손이 닿지 않은 첫 걸그룹이라 대중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에스파는 우리 잘하지?라는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세계관으로 완성된 가사는 듣기 어렵고, 컨셉 자체도 난해해서 본인들도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4세대 걸그룹의 중심이 된 것을 보면 내가 다 뿌듯하다. 앞으로도 세계관에 대한 에스파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으면 좋겠다.